여름 더위라는 건, 참 묘한 감정이 섞여 있는 계절이야. 햇살이 쏟아지고, 공기가 후끈후끈하게 달아오르면 사람 마음도 이상하게 나른해지면서도, 또 괜히 예민해지고, 짜증도 쉽게 나잖아. 아침에 눈을 떴는데 벌써부터 햇빛이 커튼 사이로 찌르듯 들어오면, 아… 오늘 하루도 길겠구나 싶고, 침대 밖으로 나가는 게 전쟁처럼 느껴져. 선풍기 돌려봐야 그 바람이 그냥 뜨거운 공기 순환하는 느낌뿐이고, 에어컨은 잠깐 시원하지만 나중엔 머리 아프고 목이 칼칼해지는 그 특유의 기분 알지?
길거리에 나가보면, 사람들 얼굴에도 지침이 묻어나와. 그냥 걷고 있을 뿐인데도 땀이 주르륵 흘러. 그 와중에 버스 안에 들어가면 또 다른 전쟁이야. 에어컨은 천국인데 그 냄새, 땀과 먼지와 에어컨 냄새가 섞인 묘한 공기. 그리고 한참 서 있다가 목적지에 도착해서 내리면, 마치 사우나 문 열고 나온 것처럼 다시 확 끈적한 공기가 덮쳐와. 그럴 때, 진짜 찬 맥주 한 캔이 간절해지지. 혹은 냉면. 냉면도 좋아. 특히 육수 얼려서 살얼음 동동 띄운 거 한 젓가락 먹으면, 이게 사는 거지 싶은 기분이 들어.
더운 날의 밤은 또 다른 이야기야. 이상하게 여름밤은 잠이 잘 안 와. 창문을 열어놓고 누워 있어도, 시원한 바람이 불기를 바라는 마음과는 다르게, 달달거리는 모기 소리만 들리지. 한 마리라도 방 안에 들어오면 그날은 끝이야. 안 그래도 잠 설칠 날씨에, 계속 귓가를 맴돌고, 이불을 덮으면 덥고 안 덮으면 불안하고. 그러다 보면 새벽 두 시, 세 시 훌쩍 넘고, 겨우 잠들면 또 금방 해가 뜨지.
근데 또 신기하게도 이 더위 속에서도 사람들은 나름의 리듬을 찾더라. 아이들은 땀범벅이 되면서도 뛰어놀고, 어른들은 얼음잔 가득 찬 커피를 들고 카페 앞 테라스에 앉아 있고. 해가 지면 골목마다 포장마차가 열리고, 사람들은 부채질하면서도 소주 한잔, 맥주 한잔에 이야기꽃을 피워. 그러니까 이게 더위만 있는 계절은 아니구나 싶은 거지. 덥지만, 그래서 더 생생한 순간들이 있는 것 같아.
가끔은 이 여름이 참 미운 계절 같다가도, 어느 날엔 갑자기 땀에 젖은 셔츠 사이로 불어온 바람 한 줄기에 위로받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. 찜통 같은 하루 속에서도, 친구랑 마주 앉아 수박 쪼개먹으면서 “이 더위 언제 끝나냐” 하면서 웃는 그 순간들. 그런 게 또 여름의 맛이지.
아, 물론 가끔은 그냥 다 귀찮고 냉장고 안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. 하지만 또 이런 날이 지나면, 여름밤의 기억 하나쯤은 남게 되더라고. 누군가와 함께한 불꽃놀이, 모기약 냄새와 에어컨 바람 섞인 자취방, 살갗에 닿는 햇살의 온도 같은 것들. 결국은 이 더위 속에서도 사람은 살아가고, 웃고, 먹고, 땀 흘리며 또 하루를 채워나가는 거지. 그렇게, 여름은 오늘도 이어진다. 끈적끈적하고 뜨거운 숨결을 품고.